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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검프Forrest Gump - 한여름 밤 야외영화관에서

♼〠☡♔♕♖♛ 2022. 8. 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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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검프

인생은 하나의 초콜릿 상자 같아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요즘 폭풍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명작 중의 명작 포레스트 검프가 야외 공원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야외영화관야외영화관야외영화관

 

야외 영화관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체크인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 티켓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행사장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입구에서는 가방 검사를 진행하며, 우비도 함께 제공되었다. 가방 검사는 주로 위험 물품 반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지만, 술 반입을 제한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였다. 외부 음식물은 반입 가능했지만, 술은 내부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듯했다.

 

참고(FYI): 싱가포르에서는 과거에 백신 접종 여부 확인과 방문 이력 추적을 위해 TraceTogether 앱을 사용했었다. 현재는 모든 장소에서 체크인이 필수는 아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특정 장소에서는 여전히 체크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시 앱을 다운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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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이곳 외부에서 구매해 가져올 수 있지만, 술은 반드시 현장에서 구매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물, 탄산음료,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와인의 경우, 행사를 주최하거나 스폰하는 업체인 Casillero del Diablo가 제공하는 테이스팅을 통해 시음을 한 뒤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이 와인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순간 "엥?" 하고 놀라긴 했지만, 행사 분위기를 즐기는 데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구매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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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핫도그, 과자, 와인을 사서 미리 잡아둔 자리에 앉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두둥! 예상치 못한 구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체크인할 때 우비를 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집에서 구글 날씨 예보를 확인했을 때 비 소식이 있긴 했지만, 영화 상영 시간대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해 무시했던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가방이 무거워질까 봐 우산도 안 들고 온 내 실수에 웃음이 나왔다.

 

급하게 우비를 꺼내 입고 나니, 우비 안은 마치 사우나처럼 습기로 가득 찼다. 덥고 끈적했지만, 비가 내리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엔 이마저도 영화 관람의 색다른 경험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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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좋게 영화 시작 30분 전에 비가 그쳤다. 많은 사람들이 우비를 벗고 우산을 접으며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톰 행크스(Tom Hanks)의 젊은 시절을 다시 만나는 감동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본 탓인지, 비가 갠 뒤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야외 영화관의 특별한 분위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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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포레스트 검프를 보았을 때, 포레스트가 멈추지 않고 달리며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던 장면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지금 다시 보아도, 그 장면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울림의 크기와 느낌은 조금 달라졌을지라도, 여전히 내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면 중 하나다.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명대사들

 

  • “My momma always said,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엄마는 항상 말씀하시길,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네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결코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 “Momma always said there's an awful lot you could tell about a person by their shoes. Where they're going. Where they've been. I've worn lots of shoes.”
    엄마는 항상 신발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하셨어.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말이야. 나도 정말 많은 신발을 닳아 없앴지.
  • “Don't ever let anybody tell you they're better than you, Forrest. If God intended everybody to be the same, he'd have given us all braces on our legs.”
    포레스트, 누군가 너보다 낫다고 말하게 내버려 두지 마라. 신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만들었다면, 모두에게 다리 보조기를 달아주셨을 거야.
  • “Now, it used to be, I ran to get where I was going. I never thought it would take me anywhere.”
    난 그저 가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 뛰었는데, 그게 내 삶의 기회가 될 줄은 몰랐어.
  • “My momma always said you got to put the past behind you before you can move on.”
    엄마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 “I do no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we are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y like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is happening at the same time.”
    우리 각자에게 운명이 있는지, 아니면 바람처럼 우연히 떠도는 건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것 같아. 어쩌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지도 모르지.

 

 

인생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왜 유독 남들보다 더 힘들고 더디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묻곤 했다.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탓할 대상을 찾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닫는다. 삶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헤매고 힘들어하던 그 시기는 결국 저점을 다지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내 메모장에 기록된 마음의 문구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 앞에서 사라진다.
  • 믿음을 잃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결국 유리벽에 부딪히던 파도처럼 어려운 시기들도 언젠가는 해소되는 순간이 온다.
  • 나를 세차게 흔들었던 칼바람의 기억조차, 나를 성장시킨 소중한 성장통이었다. 그래서 그조차도 감사하려 한다.
  • 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삶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라. Live life for the love of life.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그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가고자 한다.